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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중인 글/메모32

피를 마시는 새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당신의 혼례를 관장할 사람은 비스그라쥬백이 아니라 납니다. 그리고 나는 사십 일 후 당신의 답변을 듣기 전까지는 어떤 준비에도 착수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정우는 엘시의 두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인간보다는 도깨비의 눈빛에 더 익숙한 그녀였지만 정우는 엘시의 눈에서 거짓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정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제 의견을 존중하실 건가요?" "그럴 겁니다." "비스그라쥬백이 아니라 폐하께서 저를 결혼시키라고 명령하셔도 제 의견을 더 존중하실 건가요?" "정우." "아니군요." 엘시는 곤혹스러웠다. 그 곤혹스러움은 익숙했다. 갑작스러운 분노를 느낀 엘시는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르지 못합니다... 2012. 5. 23.
피를 마시는 새 - 사과 "난 그만 먹을래. 탈해. 입맛이 없어." "어디 아파?" "아냐. 괜찮아."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응. 좀 안 좋아." "왜?" "틸러가 사과를 안 해서." "사과?" "응. 오늘 술 깨면 찾아와서 사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종일 보이지도 않더니 이 저녁에 찾아와서 갑자기 떠나겠다고 말하네." "달비 부위가 너한테 무슨 사과할 일을 했는데?" "몰라." "뭐?" "몰라. 사과할 일 같은 건 하지 않았어. 기억이 안나." "그럼 왜 사과를 받으려는 거야?" 정우는 어슴푸레하게 웃었다. 식탁에서 일어선 정우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 피를 마시는 새, 이영도 2012. 5. 23.
연애를 계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연애가 끊이지 않고 잘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점. -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단순하게 생각한다. - 무척 뻔뻔하다. 2012. 5. 23.
국가대표 명대사 국가대표 명대사 방코치 - 지렁이는 나중에 먹자~ 방코치 - 알았어~ 가봐~ 단체잖아~ 오지마라~ 최흥철 - 당신이, 당신이 그러고도 아빠야?! 어? 아빠냐구?? 방코치 - 내가 그럼 엄마야?! 방코치 - 그년이 뭐라디? 병 걸렸다 하지? 이번엔 에이즈라디? 차헌태 - 뭘 알아야 부르든 말든 하지.. 방수연 - 자매님~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방코치 - 이런 옥장판 같은 년.. 최흥철 - 그 아무도 안 하는거 왜 우리가 해야 되나고요~ 방코치 - 알았어, 들어가.. 알았다구. 최흥철 - 스키도 다 팔았는데, 씨.. 안해!!! 차헌태 - 아휴.. 이건 설계가 잘못 됐어, 경사도가 이상해. 강칠구 - 맞아, 이거 설계 잘못됐어. 성동일 - 완벽해~ 퍼펙트해~! 차헌태 - 나 버린 나라에서 국가대표, 웃.. 2012. 5. 23.
동물농장 말의 뒤를 이어 흰 염소 뮤리얼과 당나귀 벤저민이 들어왔다. 벤저민은 이 농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고 성질도 가장 고약했다. 그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입을 열면 대개 비비꼬는 말만 내뱉곤 했다. 예를 들면, 하느님은 파리를 쫓으라고 꼬리를 달아주셨지만 자기는 꼬리가 필요 없으니까 꼬리 대신 파리를 없애주셨으면 고맙겠다는 식이었다. 농장의 동물 가운데 이제까지 한 번도 웃지 않은 것은 그뿐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는 입버릇처럼 "웃을 일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어도 그는 복서에게만은 마음을 주었다. 일요일이면 이 둘은 곧잘 과수원 앞에 있는 작은 목장에서 나란히 풀을 뜯어먹으며 말없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중략) 당나귀 벤저민 영감은 혁명 후에도 전혀 .. 2012. 5. 23.
에소릴의 드래곤 사란디테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경을 쳐다보다가 맥없이 말했다. "저 방금 실연당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위로해 줘야잖아요." "내가 빚진건 충고뿐인데. 위로는 빚진 것 없소." "그럼 제가 빚지죠. 다음에 갚을게요. 위로 좀 해주세요." 사란디테는 그대로 혀를 내밀며 경에게 다가왔다. 경의 입 주위를 핥을 태세였다. 하지만 더스번 경은 재빨리 손바닥을 펼쳐 사란디테의 혀를 막았다. 쇠장갑을 핥고 만 사란디테는 질겁하여 고개를 뒤로 홱 당겼다. "서로 귀찮게 해야 된다면서요! 그래놓고 이 정도도 못해 줘요?" "귀찮게 하기로 했으니까 말린 거잖소" "뭐라고요?" 킹얼거리는 사란디테를 내려다보며 경은 투덜거렸다. "나쁜 방법은 아니고, 사실 즐거운 방법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 싸구려요." "싸.. 2012.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