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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캐커뮤 관련

자캐 커뮤니티 (비툴 커뮤니티를 추억하며..)

by ZERO0201 2020. 2. 7.

자캐 커뮤니티

- 특정 세계관에 맞게 만든 자작 캐릭터(자캐)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커뮤니티.

-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린 그냥 짧게 줄여서 '커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 기반되는 플랫폼이나 진행 유형에서 글자를 따와서, 글로 진행하는 곳은 '글커', 그림으로 진행하는 곳은 '그림커', 글과 그림 두가지 방법을 모두 포함해서 진행하는 곳은 '복합커' 또는 '복커',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되는 커뮤는 '카커(카페커뮤)', 트위터에서 진행되는 커뮤는 '트커' 등의 형식으로도 부른다.


 내가 기억하는 커뮤의 초기 모습은 '오에카키'나 '비툴' 같은 '웹 드로잉 게시판(웹사이트 내에서 바로 그림을 그려 업로드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이 달린 게시판)'을 이용한 사이트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커뮤는 초등학교때쯤 알게 되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구경만하다, 본격적인 시작은 중학교 때부터 했는데, 아마 그 당시가 오에카키에서 비툴로 대세가 넘어가던 시기(1990년대 말~2000년대 초)였던거 같다. 

 

 그 당시 '쿠키닷컴' 같은 '오에카키' 기반 그림 커뮤니티가 유행했었다. 게임 팬사이트에도 오에카키나 비툴로 된 그림 게시판이 꼭 달려있었다. 기억 속에 쿠키닷컴은 사이트 내 여러게시판이 나뉘어져 있어서, 요즘은 주로 존잘이라고 부르는 금손, 굇수들의 그림만 모아두는 명예의 전당 같은 게시판도 있었고, 낙서게시판, 중수, 고수 등의 게시판 분류가 있었다. 이제는 검색해도 사이트 이미지 하나 나오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 인기있는 대형 커뮤니티였었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그림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림 게시판에서 특정 게임이나 작품의 팬아트나 일회성 그림이 아닌, 자기만의 설정으로 만든 자작 캐릭터를 꾸준히 그리며 설정을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꾸준히 등장해 어느정도 인지도와 인기를 얻은 캐릭터들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주기도 하고, 또 각자 만든 자작 캐릭터 끼리 설정을 짜며 놀곤 했었다.

 

 그렇게 설정을 짜고 교류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게 많아지니, 매번 찾아보기 힘들어서 따로 사이트를 만들어 독립해 나간게 비툴 커뮤니티의 시초였다고 기억한다. 처음에는 다양한 설정의 캐릭터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만들어졌는데(아니 사실 처음에는 사이트라고 하기도 뭐한 그냥 오에카키 게시판 하나 달랑있는 형태였다. 정말 초기에는 요즘 커뮤에서 필수로 존재하는 세계관이나 프로필 페이지도 없었고, 점차 필요에 의해서 하나씩 추가되는 주먹구구식이었다), 이러한 커뮤니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규모가 커지니 커뮤도 점점 전문화(?)가 되어 세계관도 세분화 되고 신청기간이나 합발(합격발표) 같은 체계나 세세한 규칙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규칙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아무렇게나 행해지던 일이 비매너로 분류되어 금기시되기도 하고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이것저것 부딪혀가며 자유롭게 활동하던 무법지대였을때가 더 재밌었던거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ㄷㄷ) 초창기 커뮤는 지금처럼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고 관계도 딱 뭐라 정리되어 있지 않았던데다(관캐는 커녕 앤캐라는 것도 없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하기 어려운데 성사되면 매우 짜릿함;)처럼 우연히 상황들이 맞물려 관계를 맺고 게임이나 이벤트가 발생했었고, 비교적 경험이 적은 어린 나이에 커뮤를 접했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고 놀라워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 밖에 없었던 듯하다. (기억보정이 있다는 뜻;)

 

 처음부터 이런 자캐 커뮤니티를 '커뮤'라고 불렀던건 아니었고, 초창기 커뮤라 불리던 비툴 커뮤니티는 주로 웹 드로잉 게시판인 '비툴'을 이용해서 사이트 내에서 인스턴트(?)하게 그림을 그려 빠르게 올리는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비툴 게시판을 단 홈페이지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이를 비툴 커뮤니티라고 불렀었는데, 어느 순간 '비툴 커뮤니티' 라는 말 대신 '커뮤'라고 다들 줄여 부르기 시작했다. (비커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커뮤모아' 이전에 비툴 커뮤니티 홍보 겸 검색사이트 였던 비컴서치 등의 사이트들을 기억하는지..?)

 

 이렇게 커뮤 초기에는 '비툴 커뮤니티=커뮤'였지만, 2000년대 중반 쯤 그림 뿐만 아니라 글로 교류하는 홈페이지 형태의 커뮤니티가 처음으로 생겼었고(이 사건이 커뮤의 지금은 오랜 골칫거리이자 뜨거운 감자인 글러, 그림러 갈등의 최초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는 하고 싶은데 그림 못 그리는 사람들이 따라했다는 등, 최초의 글 홈페이지 커뮤니티 등장에 놀랄정도로 반향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웹 점유율이 커지면서 네이버 카페가 급부상해 만들기 어려운 홈페이지보다 상대적으로 편리한 네이버 카페를 이용한 카페 커뮤(카커)가 생겼고, 세이클럽이나 다음카페 등에서 역극이나 모의전, 멤버놀이 등을 하던 사람들 또한 네이버 카페로 이동하면서 커뮤에도 유입되었고, 글, 그림 양쪽으로 활동할 수 있는 복합 커뮤니티가 생기고, 비툴 유료화 이슈가 터지고 로드비 커뮤니티가 나타나는 등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커뮤'라는 단어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자캐 커뮤니티로 확장되었던거 같다.

 

(2000년대 후반 세이클럽이 채팅 유료화로 망하지 않았다면 역극러들이 커뮤 쪽으로 유입되지 않고 그대로 명맥을 유지했을지도 모른다. 또 네이버 점유율이 높아진 것과 다음카페가 쇠퇴한 것, 비툴 유료화 사건이 없었다면 역극러와 커뮤러 서로 아웃 오브 안중으로 각자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왔을지도 모른다.)

 

※ 아마 지금에와서 자캐 커뮤니티의 세대를 나눈다면 지금은 이렇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 1세대: 비커러 및 역극러 시대 ( msn / 갠비(개인비툴) )

- 2세대: 네이버 카페 커뮤 및 복합 커뮤 시대 ( msn / 블로그 / 커뮤모아 및 자커모 )

- 3세대: 트위터 등 SNS 커뮤 시대 ( 트위터 / 개인봇 / 자커모 )

- 4세대: ?

( msn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 요즘 커뮤는 단체 채팅방이 없어서 아쉽..ㅠ.ㅠ )

 

 요즘은 홈페이지로 된 형태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페, 트위터,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플랫폼의 자캐 커뮤니티(커뮤)들이 존재하고, 글이나 그림으로 창작물을 연성하는 이분법적인 교류 방식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교류 방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쨌든 자작 캐릭터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보는 경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관을 통해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점에서 '커뮤'는 정말 늘 새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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